2025년을 정리하면서
입사와 퇴사, 그리고 번아웃까지 경험한 2025년 회고
일상
2025
회고
- 크리스마스 트리를 정리할 무렵이면 늘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만, 올해는 유독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는 생각이 든다.
- 2025년에 나는 성장했을까? 조금이라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회고를 시작한다.
신입 개발자로서의 적응
- 작년 10월쯤 입사한 나는, 연초부터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.
- 회사 내에서 신입 개발자로 사내 모듈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.
- 첫 직장이기에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교과서 전자저작물, AIDT등 여러 프로젝트를 문제 없이 진행하며 적응을 해 나갔다.
- 항상 6시 30분에 기상해 퇴근 후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바로 잠을 잤다. 매일이 이러한 패턴에 반복이었다.
- 나는 이런 따분한 일상이 꽤 마음에 들었다. 아무래도 나는 루틴형 인간인가보다.
- 내가 생각했던 개발자의 삶과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현재 생활이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.
기능만 구현하는 개발자를 넘어서
-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져 여유가 생겼을 무렵, 주말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병행하기로 마음 먹었다.
- 아무래도 이미 구현된 사내 모듈을 통해서 개발을 하다보니, 구현 감각이 떨어질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.
- 그래서 가장 먼저, 기존에 작업했던 포켓몬 상성 계산 서비스 프로젝트에 대한 버전업을 진행했다.
- 매일같이 반복되는 기능만을 구현하다, 오랜만에 직접 기획하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구상하니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다.
- ‘아 개발 재밌는거였구나!’ 새삼 느끼게 되었다.


-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.
- 버전업이 진행된 8월 초 이후부터 사용자수가 급상승했다.
- 도메인 이전 이슈로 잠깐 주춤하기도 했지만 이내 사용자 수를 다시 확보할 수 있었다.
- GA 기준 월간 5000+ 활성사용자가 있었으며 메일을 통해 감사 편지와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.

- 이 경험을 통해 단순한 구현을 넘어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.
- 인프라 구성과 배포 자동화, 광고와 수익, 유저 경험 최적화 등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.
이때부터, 내가 지금 회사에 있는 게 맞을까?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.
회사 생활은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기술적인 갈증이 생겼고 더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.
회사를 떠나다
- 여름이 끝나갈 무렵, 갑자기 회사에 큰 위기가 찾아오게 되었다.
- 예정된 대형 프로젝트가 정권 변경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,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었다.
- 아이러니하게도, 나는 이 시점이 오히려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-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고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냈던 첫 직장을 떠났다.
- 불안하기도 했지만, 결정 자체는 담담했다. 미련은 없었기 때문이다.
첫 번째 도전, 구름톤 in JEJU

- 가을이 찾아왔을 때는 나는 다시 취업준비생이 되어있었다.
- 퇴사 후 공백기간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 마침 구름톤 공고를 보게 되었다
- 해커톤 경험도 없고, 내성적인 성격에 민폐를 끼칠까 걱정했지만 능동적인 사람이 되자는 결심과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.
- 우려와는 다르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건 즐거웠고 함께 몰입하며 개발하는 과정은 너무 재밌었다.
- 또 개발자, 기획자, 디자이너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.
- 특히, 구름톤을 통해 클로드 코드를 알게 되었는데 이로인해 내 개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.
구름톤에서의 경험은 내게 있어서 큰 용기를 주었다.
”너도 나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니, 도전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” 라고
갑작스러운 번아웃

- 10월에 들어오며 인간관계에서 충돌이 일어났다.
- 나는 여태 내가 감정을 다루는데에 있어 꽤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.
- 전혀 아니었다. 너무나도 미숙했다.
- 괜찮다고 여겼던 것들은 사실은 괜찮은 게 아니었고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내 안에 쌓이고 있었다.
- 그러다가 정말 어느 순간 그것들은 ‘펑’ 하고 폭발했다.
- 이 시기에는 개발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하기 싫은 게 아니라, 아예 생각조차 나질 않았다.
- 그렇게 한동안 가라앉아 있었다.
두 번째 도전, 로우코드 공모전

- 시간이 조금 들었지만, 지나고 보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다.
- 당장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했고 그렇게 로우코드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다.
- 온라인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운이 좋게도 모두가 정말 열정적이었다.
- 덕분에 나 역시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.
- 처음 쓰는 툴이었기에 학습이 필요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.
- 어느 정도였냐면, 자다가도 로직이 떠오르면 새벽에 일어나 반영하고 다시 잠들곤 했다.
- ‘아 개발은 역시 재밌는 거구나’ 다시 한번 활력을 얻는 느낌이었다.
특히 이번 공모전은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
스스로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컸다.
그래서 앞으로는?

- 생각해보니 올해는 나를 위해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던것 같았다.
- 그래서 무작정 배낭을 매고 부산으로 떠났다.
- 일주일 동안 혼자 국내를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, 읽고 싶은 책을 읽고, 보고 싶은 영화를 봤다.
- 그러다 정말 갑자기, 강릉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복잡하게 얽혔던 생각들이 전부 정리되었다.
지금까지 너무 조급해 있었던 건 아닐까?
- 돌이켜보면 입시도, 입사도, 인연도 언제나 나는 조급했다.
-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, 불완전한 스텝을 계속해서 밟아왔다.
- 그렇게 내딛은 발걸음들은 의미를 찾기 어려웠고, 방향 역시 선명하지 않았다.
-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덩그러니 놓여진 느낌도 들곤 했다.
- 그래서 당분간은 천천히 숨을 고르려고 한다.
-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은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.
